오늘 KBS-2TV '감성다큐 미지수'에 홍대 제너럴닥터에 관한 이야기가 방송되었습니다. 2007년 5월에 개원한 이 병원은 언뜻 보기에 카페와 분간이 안될만큼 묘한 정체성을 지니고 있는데요. 실체는 그 어느곳보다 '인간적인' 병원입니다. 방송을 보니 '제닥'의 풍경과 병원장님, 병원 식구들이 너무 반가워 3년전 학교를 다니면서 과제를 위해 인터뷰했던 꼭지가 생각나 이곳에 적어 봅니다. 이 인터뷰는 한양대 '비주얼 저널리즘' 커리큘럼 안에서 2007년 12월에 작성되었습니다. '제닥'의 나른한 분위기와 따뜻한 커피향이 몹시도 그립군요.
색다른 차원의 병원 제너럴닥터 -
진심어린 대화로 환자를 치료하는 일이 행복한 간호사 이야기
『현대의 사회에서 자본주의와 맞닿아있지 않는 분야가 얼마나 될까. 의학도 그중에 하나라고 생각한다. 환자와 환자의 병, 그 자체를 기계적인 시스템으로 짧은 시간에 진단하고 처방하는 지금의 의학은 이미 자본주의화 된지 오래이다. 같은 시간이면 최대한 많은 인원의 환자를 진료하기 위해 단 시간 고 효율의 상업성을 획득하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는 지금의 의학. 그러나 그러한 이 시대, 그 시대의 흐름을 거꾸로 거슬러 올라가는 사람들의 병원이 있다.』
젊은이들의 열기와 다양한 사람들, 다양한 차가 바쁘게 오가는 서울 마포구 홍익대학교 앞. 주말마다 벼룩시장이 열리고 열정 가득한 젊은 음악인들의 작은 공연이 따뜻한 온기를 품는 곳, 정문 맞은편 놀이터의 모퉁이를 돌면 4층짜리 건물 2층에 ‘제너럴 닥터’라는 간판이 걸려 있다. 병원처럼 꾸민 카페인지, 병원인지 아니면 회사 사무실인지 애매모호한 ‘제목’이다. 간판이 걸려 있는 2층 문을 밀고 들어서면 병원이라면 으레 생각하게 되는 소독약 냄새가 아닌 진한 커피 냄새가 한가득 낯선 방문객들의 코를 자극한다. 왼쪽의 너른 공간에는 여느 카페처럼 의자와 테이블이 놓여 있다. 오른쪽 주방을 지나면 하얀 커튼으로 가려진 진료실이 있다. 이곳은 카페이자 병원이다. 병원장 김승범(31·일반의)씨는 “병원에서도 ‘소통’이 가능하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가 말하는 ‘소통’은 어떻게 이루어지는 걸까?
이 병원의 모토는 ‘환자는 고객이 아니다.’라고 한다. 인사를 90도로 하는 서비스는 환자가 원하는 의료행위의 핵심이 아니다. 그는 “오히려 과도한 친절은 환자를 속이는 결과를 낳게 된다.”면서 “속이 쓰려 내시경을 원하는 환자에게 돈을 더 받자고 친절한 말로 수면내시경을 권하는 것이 아니라 과음 등 환자의 생활습관을 바꾸도록 잔소리를 해야 한다.”고 소견을 밝혔다. 결국 의료서비스가 아니라 신뢰를 쌓는 의료행위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병원은 또한 다른 동네병원과 달리 간호조무사를 따로 고용하지 않는다. 정규간호사를 고용해 닥터는 큐어(치료)의 역할을 하고 간호사는 케어(관리)의 역할을 하도록 한다. 병원장은 “결국 의사와 약사 그리고 간호사가 조화를 이루었을 때 환자가 쓸데없는 시간과 비용을 지불하지 않게 된다.”고 말한다. 단순히 닥터의 오더(Order)를 따르는 보조로서의 역할을 하는 간호사가 아니라 닥터의 기능과는 별개의 동등한 입장의 환자의 병에 대해 이야기하고 치료하는 의료인 인 셈이다.
이 병원의 간호사 최현주(30·간호사) 씨가 일본출장으로 인해 잠시 자리를 비운 병원장 김승범 (31·일반의) 씨를 대신해 우리를 맞아주었다. 간호사라고는 생각할 수 조차 없는 평상복에다 붉은색 화가모자까지 쓴 그녀의 모습은 표정과 미소에서부터 진심으로 평온함이 느껴졌다.
“지금 이제 임신 6개월 정도 되어가는 중이에요. 제 인생 중에서도 가장 평온하고 행복한 순간에 아이를 가졌다는 것이 얼마나 감사하고 또 감사한지 몰라요. 일을 하는 것이 이렇게 평안하고 행복했던 적이 없었거든요.”
“지난 5월 원장님께서 이 병원을 개원하셨는데 그 때 즈음 원장님의 뜻을 듣고 단번에 이곳에서 일하고 싶다는 생각이 마구마구 솟구쳤죠. 이곳에서 일하기 바로 3년전엔 종합병원에서 일을 했었고 그 전엔 일반 병원에서도 일을 해봤었지만 제가 가지고 있는 이 일에 대한 열정 이외에 저 자신을 힘들게 하는 일들이 수도 없이 많았거든요. 그 가운데에서 고민과 회의감의 감정들 때문에 괴로웠던 적도 있었고요. 하지만 순수하게 제가 가지고 있던 열정은 끝까지 놓고 싶지 않았고 그러던 가운데 원장선생님을 만나 오늘까지 오게 되었네요.”
병원장은 이 병원의 진료방식에 대해 “자세히 듣고, 자세히 설명한다”고 말했다. 보통 한 환자와 마주앉아 증상을 이야기하고 병에 관해 이야기하고 면담하는 진료에만 40분이 걸린다. 증상부터 흡연 여부, 입원 경험, 가족력, 최근에 먹는 약 등 질문이 꼼꼼하게 이어진다. 만성환자의 경우에는 문진보다 진단 시간이 더 길어진다. 왜 병에 걸리는지 알고 생활 속 대처법을 숙지하는 게 중요하기 때문이다. 한 예로 코에 민감한 털옷을 입지 마라, 주변에 먼지가 많이 날리지 않도록 청소를 깨끗이 하라, 민간요법 중 하나인 식염수를 넣을 때에는 흡입하지 말고 적시듯이 갖다 대기만 하라는 등의 조언과 생활 습관에 대한 ‘잔소리’를 듣는 식이다. 한 환자는 “보통 이비인후과에 가면 만성이니 약 처방만 받으면 끝이었는데 의사 선생님이 자기 병처럼 걱정해주니 내 몸이 소중하게 느껴졌고 잘 관리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 병원에서 진료를 마치면 늘 두 장의 처방전을 받아들게 된다. 하나는 약국 제출용 처방전이고, 다른 하나는 손으로 일일이 쓴 환자용 처방전이다. 세 끼 식사를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위염 환자에게는 ‘세 끼 식사가 제일 좋은 약입니다’, 감기 환자라면 ‘약 다 챙겨 드시는 것도 중요하지만 약 한 알보다 물 한 잔이 더 효과가 좋습니다’는 식이다. 환자가 자신이 먹는 약을 기억하고, 비약물적 처방도 숙지할 수 있도록 주는 ‘가정통신문’ 인 셈이다.
“저희 병원엔 병을 진단받기 위해 오시는 손님 외에도 단순한 일상적 상담이나 개인적 대화를 하기 위해서 오시는 환자분들도 많으세요. 이해가 안 가시죠? 의사와 환자간의 단순히 하나의 병에 관해서만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그 환자의 건강과 생활에 관해 이야기하는 거죠. 우리 몸의 병은 몸과 마음이 이어져서 함께 발현되는 것인데 몸만 치료한다고 해서 그 병이 완전히 치료가 되겠어요? 진심을 다해 이야기를 들어주고 증상에 대해 함께 고민하다보면 설사 몸의 병의 회복은 조금 늦더라도 마음에서 먼저 반응하고 그로 인해 그 증상이 점차 호전되는 것이 느껴지거든요.”
이 병원은 비싼 임대료에 의한 의료공백을 메울 묘안을 생각하다가 카페로 새로운 수익을 창출하자는 생각을 했다. 대신 환자들에게는 더 많은 시간을 쏟아 일명 ‘인간적인 진료’를 할 수 있게 되었는데, 아직은 넉 달째라 수익을 내지는 못하고 있지만 수익은 계속 상승곡선을 그리는 중이다.
“근무하는 내내 이런 평상복을 입고 근무를 하구요. 중간중간 원장 선생님의 진료가 길어지는 사이사이 카페 일을 하고 하죠. 서빙하고 환자들과 이런저런 대화도 나누고 하면서요. 처음오신 분들은 제가 간호사라고 하면 도무지 믿으려하질 않으세요. 세상에 어디 이런 병원이 있느냐? 하는 듯한 표정을 짓곤 하시죠. 하지만 진료를 받아보시고 나가실 때는 저희의 진심을 느끼셨는지 말 할 수 없이 행복하고 만족스러운 표정을 다들 지어주세요. 그럴 때마다 보람을 느낀답니다.”
“실패할지 성공할지도 모르는 실험을 감행하고 있다는 점에서 저희 병원이 이상주의적으로 비쳐질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저희는 지금 가장 현실적인 방법으로 꿈을 향해 가고 있다는 확신이 있습니다. 물론, 저희의 도전이 제 기대처럼 좋은 결과를 불러오고 ‘새로운 의료 문화 운동’으로 확산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은 있죠. 앞으로도 저희가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나름의 실험을 계속할 겁니다. 더 좋은 의료 환경을 위해 고민하면서 모자란 점은 채워 나갈 생각입니다.”
2007년 12월의 첫날, 매서운 겨울바람이 부는 날에 홍대의 가장 따뜻한 카페이자 병원에 이렇게 앉아 있으니 세상에 무서울 것도 무서울 병도 없는 것처럼 내 마음이 다 평온해짐을 느끼게 된다.
2007.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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